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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과 함께하기/냥이일기

제4화. 슬픈예감은 왜 틀린적이없나

혹시나 하면 역시나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는 걸까?

바닥에 수북이 쌓인 박스들 박스테이프의 날카로운 비명, 집사의 의미심장한 표정….

벌써 한 시간째 집사는 분주하다. 찌익 찌익~ 박스테이프의 비명은 나의 신경을 곤두서게 하고, 움찔거리는 집사의 뒷모습은 꼴 보기도 싫다.

바닥엔 박스에서 떨어져나온 부스러기로 어지럽고 발 디딜 틈도 없이 널브러진 상자들로 인해 난 꼼짝없이 옷 상자로 만들어진 집안에서 감금 아닌 감금을 당하고 있다.

거기다 경망스럽게 흘러나오는 음악은 박스테이프로 인해 예민해진 내 귀를 더욱 괴롭히고 있다.


일랑이


수준 떨어지는 집사 같으니라고…. 


나는 하프연주곡이나 자연의 소리가 좋다고!!! 공부 좀 해라 공부해서 남 주냐?


고양이들이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도 모르고 마냥 지 좋은 대로 저러고만 있다니…. 쯧쯧 내 묘생도 기구하다…. 


교양 넘치던 집사에게서 보내던 좋은 시절을 저런 무식한 집사넘에게 빼앗기다니….


앞으로 내 묘생은 어떻게 되는 걸까? 안 봐도 비디오겠지…. 


그저 한숨만 나온다.

이런 내 상태를 아는지 모르는지 노래까지 따라부르며 신나하는 집사의 뒤태는 정말이지 달려가 어택이라도 하고 싶을 정도로 얄밉다.


"으르릉 으르릉 으르릉대~"


집사 저거 음치에 박치다. 몇 시간째 소음만 내뱉으며 나를 괴롭힌다.

뒤로 살짝 삐져나온 엉덩이를 가서 확 긁어 버릴까? 털도 없는 불쌍한 넘이 발정이라도 온 게냐? 

쉬지 않고 빽빽거리냐고!!!


아 괴롭다. 안 그래도 좁은 집에 숨을 곳도 마땅찮은데 한 겹짜리 옷박스집은 방음도 안 되고 미치고 팔짝 뛰겠다.


"일랑아~우리애기 다 돼가요~좀만 기다리면 놀이터가 완성이에요~ 좋지? 응? "


"짜증 나니까 그냥 니 할 일 하라냥!"


"아고고 좋아요? 아빠도 좋아요~"


아 절망이다. 눈치라고는 뜯어먹으려도 눈곱 만큼도 없는 집사. 앞으로 저 집사를 어떻게 교육을 해야 내 묘생에 도움이 되려나?

어디 집사학교 같은 데라도 보내서 기숙사에 집어넣고 스파르타로 배우게 했으면 좋겠다.


'내가 지금 신나 보이냐? 이 짜증이 덕지덕지 붙은 내 얼굴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냐?'


포기하자 포기하면 편해진다고 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지 어쩌겠냐? 내 발로 이 집을 탈출해 거리로 나가봐야 기다리는 건 깡패 같은 넘들이 득실거리는 길거리 생활뿐인데 그거에 비하면 이곳이 눈곱만큼은 더 나으니까 참아야지 어쩌겠냐.

신경을 긁는 박스테이프 소리와 서걱서걱 칼날이 박스를 자르는 소리가 갑자기 멈췄다.


"일랑아~ 완성이야 나와봐~ 얼른~"


'아 이제야 살 것 같다. 몇 시간을 소음에 시달렸는지….'


계속되는 집사의 재촉에 더 버티다가는 곤두선 신경이 터져버릴 것 같아 얼굴만 내놓고 바라본 곳에는 웬 말도 안 되는 이상한 박스탑이 서 있다.

저딴걸 만든다고 서너 시간 나의 신경을 긁어댄 건가? 그리고 정체불명의 저것은 무어란 말인가?


"일랑아~ 니 놀이터야 이쁘지? 어서 올라가 봐~"


박스 캣타워


박스에 구멍 숭숭 여기저기 박스테이프로 얼기설기 만들어 놓은 저것을 설마 캣타워라고 올라가라는 거냐? 

내 묘생 육 개월에 저런 건 듣도보도 못했다. 

어쩐지 처음 집사넘이 날 보고 웃을 때 슬픈 예감이 들더니만 결국 그 예감은 틀리지 않았구나. 

기구한 내 묘생이여~

역시 본의 아니게 선택한 아니 나를 납치한 집사는 빈곤한 백수임이 틀림없다. 

그깟 캣타워 얼마나 한다고 저런 허접스러운 박스때기를 캣타워라고 우기다니 돈이 없으면 그냥 없다고 말해!!! 저딴걸 만들어 놓고 흐뭇해하는 집사를 어떡해야 하나?


집사 넌 지금 내게 모욕감을 줬어!!! 


타워를 만들 거면 원목이라도 사다가 좀 멋지게 만들든지 해야지 저게 뭐냐? 상자라니... 만들다 마는 건 어디서 배웠냐? 뼈대를 세웠으면 인테리어에 외장도 꾸미고 해야지 달랑 담요 한 장씩 넣어놓고 끝이라고?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이틀 내로 무너진다는 것에 내 손모가지를 건다!!!


집사가 실실거리며 나에게 다가오더니 나를 번쩍 들어 올린다. 발톱을 세워 거부하지만, 이 무식한 집사는 그 정도에는 눈 하나 깜짝 안 한다. 발버둥 치는 나를 박스안으로 밀어 넣어버린다.


"아 싫어~싫다구!!!"


'으응? 모지? 왜 몸이 반응하는 거지?'


박스만 보면 제멋대로 반응하는 이놈의 몸땡이를 어찌해야 좋단 말인가?

이런 비루한 타워는 거부해야 한다. 그래야 집사도 깨닫고 제대로 된 캣타워를 상납할 게 아닌가…. 

내가 여기서 좋아하는 반응을 보이면 멍청한 집사는 좋아하는 줄 착각하고 앞으로도 계속 이런 쓰레기들만 줄 거란 말이다.

집사 버릇은 첨부터 잡아야 하는데 왜 제멋대로 몸이 박스를 탐한 단말인가….


'에라 모르겠다. 그냥 본능에 충실하자.'


나름대로 박스도 크고 꼭대기 층 펜트하우스도 올라가 보니 편하긴 하다. 

제일 좋은 것은 펜트하우스에 딸린 옷장 위 정원이 있다는 게 최고다. 처음 온 날부터 눈여겨 봐두었던 옷장 위로 갈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다.

비록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타워이지만 무너질 때까지는 사용해 줘야지.

나의 우다다 몇 번이면 무너질 거고 그럼 멍청한 빈곤 백수 집사도 알게 되겠지 이딴 거로는 안된다는 것을….

더 열심히 밥을 먹어서 체중을 불린 다음 우다다로 이 비루한 타워를 무너뜨려 버리리라.

일단은 꼭대기 층 에서만 놀아줘야겠다.


집사는 내려다봐야 제맛이니까!!!

  • 아ㅋㅋㅋㅋ혼자서 ㅋㄷㅋㄷ 하면서 잘 봤어요! 아무래도 전 묘주보다는 냥이글이 더 좋습니다ㅋㅋㅋ 블로그 분양하셔야겠어요ㅋㅋㅋㅋ 아무래도 시리즈로 쓰셔야할 듯요ㅎㅎㅎ다음편이 벌써 고대되어집니다. 속이 개운해지는 듯한 아침 선물해주셔서 감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