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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과 함께하기/냥이일기

제5화. 변기냥? 집사 꿈 깨라!!!

집사의 야무진 꿈? 개나 줘버려!!!

별짓을 다 하는군!!!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에 눈을 떴다. 빈곤집사와의 신경전으로 인해 잠을 제대로 못 잤다. 차라리 꿈이었으면 좋겠다. 악몽이라면 눈 뜨면 사라질 테니까….

그것은 꿈이 아니었다. 현실이다. 그것도 내가 그 흉물스럽고 빈티 나는 박스안에서 아침을 맞이한 것이다. 그렇다고 이 박스를 버리고 나갈 수도 없다. 처음 옷 상자로 만들어진 집도 지금은 철거되고 없다. 내 한 몸 누일 곳은 이 빈티 나는 박스뿐...

하루아침에 난 빈곤집사 덕에 거지가 되어 버렸다.

아빠가 사업에 실패한 것도 그렇다고 내가 길거리로 가출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싫다! 눈뜨기 싫다. 눈뜨면 모든 것이 현실로 다가올 테니까….


일랑이


화장실 사건 - 미친 집사의 만행

꾸루룩~ 아랫배에서 신호가 온다. 나의 장은 너무나 튼튼하다. 어떤 것이든 먹어 치우고 소화해낸다.

모닝 응가는 아침을 여는 상쾌한 행위이다. 그래 어차피 포기한 거 모닝 응가나 시원하게 해치우자.

마음이 무거워서인지 몸도 무겁다. 무거워진 몸을 일으켜 화장실로 향했다.

그런데 있어야 할 곳에 있어야 할 것이 없다. 분명 내 화장실은 여기인데 하룻밤 새 화장실이 사라진 것이다.

킁~킁~ 아무리 냄새를 맡아도 화장실이 없다. 이 무슨 천지개벽할 일인가?

내가 잘못 찾아왔나? 온 집안을 둘러보아도 화장실이 없다.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어젯밤의 충격으로 내가 미쳐버린 걸까? 왜? 왜? 화장실이 없냐고….

아랫배의 신호는 점점 주기가 짧아지고 응꼬의 움찔거림이 빨라진다. 다리에 힘이 풀려 간다.

아 이거 빨리 화장실을 찾지 못하면 바닥에 응가를 해야 하는 초유의 사태가 온다.

응꼬에 힘을 더 주고 풀린 다리를 겨우겨우 추스르며 다시 화장실이 있던 곳으로 간다. 역시 없다.

한계다. 더 이상 찾아다니기엔 무리다.

응꼬에 힘이 풀리고 아랫배의 평온함이 찾아온다. 아...아나 스타샤~

하나, 둘….

차례대로 응가를 순산하고 습관적으로 바닥을 긁어보지만 덮을 모래도 없다.

"야! 일랑아! 여기다 응가를 하면 어떡해? 아우 정말"

빈곤 집사 놈이 후다닥 달려온다. 일단 본능적으로 몸을 피해 박스로 내달렸다.


"어휴~냄새…. 많이도 쌌네"


빈곤집사는 나의 응가를 휴지로 집어 들며 코를 감싸 쥐었다.


'화장실도 없고 모래도 없는데 어쩌라고? 그리고 내 응가 냄새 그렇게 안 독하거든? 흥'


별일이다. 그나마 이 빈티 나는 집에서 유일하게 편했던 곳이 화장실이었는데 그게 어디로 사라진 걸까?


"오 이건 지구묘의 화장실인가보다. 가져가서 연구해야지"


밤새 외계묘라도 와서 화장실을 가져간 걸까? 아까 그럼 얼핏 보았던 바닥의 물 자국이 미스터리 서클? 외계묘라니 말도 안 돼!!!

내가 이젠 별생각을 다 하는구나. 이 집터 나하고 안 맞는 거야. 바닥에 수맥이라도 흐르나?

어찌 되었건 응가는 해결했는데 다음번부터는 어디에다가 볼일을 봐야 하는가? 심각하다. 그냥 아까 그 자리에 다시 가서 모른 척 해결해 버릴까? 머리가 복잡하다. 아니 터져버릴 것 같다.

또 몸이 붕 뜬다. 이거 머 일상도 아니고 왜 이리 몸이 자주 붕 뜨는 게냐?

이윽고 내려진 곳은 집사넘이 응가 하는 변기 위….


'여긴 왜? 여긴 니가 응가 하는 곳이잖아?'


"일랑아 화장실은 여기야~ 아랐지? 이제부터 화장실은 여기야?"


"모라는 거냐? 집사넘아. 내가 비루한 너랑 같은 화장실을 써야 한다고? 제정신이 아니구나!!"


"아이고~ 아라 드러쪄? 우리 일랑이 똑똑하네~ 아이 착해~"


"아씨 난 너랑 같은 화장실 안 써! 아니 못써!!!"

일랑이


이런 걸 내 화장실이라고? 이게 어딜 봐서 화장실이냐? 모래도 쥐꼬리만큼 있고 비루한 집사 넘이 사용하는 걸 고귀한 나더러 사용하라니 참 짧은 묘생이지만 살다 살다 별꼴을 다 본다.

내 묘생이 왜 이리 꼬여가는지. 전생에 아마 난 지구를 외계묘에게 팔아먹었나 보다.

그 벌을 지금 받는 걸 거야.


"화장실 원상복구 해놓지 않으면 난 아무 데서나 볼일을 볼 것이야!!"


집사를 향해 단호하게 소리쳤다.

이 정도의 단호함이면 집사도 알아들었을 것이다. 밥이나 먹어야지….


배부르고 등이 따듯하니 졸음이 몰려온다. 자기 전엔 쉬를 하고 자야지~ 그래야 편하게 잘 수 있으니까….

발걸음을 화장실로 옮긴다.

이런 아직도 화장실이 없다. 그런 나를 보던 집사넘이 달려와 나를 잡아들어 아까 그 집사넘 화장실에 올린다.


"일랑아 화장실 가려구? 여기 화장실~ 자 얼른 쉬해~"


이게 말이야 방구야? 아까 분명 내가 말했지. 니가쓰는 화장실 말고 내 화장실 복구하라고 말이다.

빈곤한 것도 미칠 일인데 말귀도 못 알아듣는다.


"난 니 화장실 안 쓴다구!!!"


뛰어내리는데 날 공중에서 잡아챈다.


'이걸 확 그냥 마'


두어 번의 실랑이 끝에 난 집사의 손을 피해 도망 나올 수 있었다. 내 말을 우습게 들은 집사 맛 좀 봐라!!!

도망 나오며 가장 먼저 보이는 곳 그래 이걸로 결정했어!!!

난 집사가 손을 쓸 틈도 없이 바로 이불에 쉬를 해버렸다. 


'쏴아아~ 으아 시원해~ 집사 후회하게 만들어 줄 테다!'


"으아악!! 일랑아~"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다급하게 나를 잡는 집사를 매몰차게 뿌리치고 난 박스안으로 돌아와 버렸다. 힘없이 주저앉는 집사의 모습…. 멘붕이 온 듯한 표정….


'그러게 누가 화장실을 치우랬나? 다 니가 저지른 일 돌려받는 거다.'


세탁기가 이불을 집어삼키고 뱅글뱅글 돈다. 집사는 책상 앞에 앉아 힘없이 모니터만 들여다보고 있다.

내가 좀 심했나? 아니다. 난 나의 묘격을 위해 내 화장실을 요구하는 시위를 한 것뿐이다. 기본권을 무시하는 집사는 당해도 싸다.

집사 어깨너머로 보이는 변기냥 어쩌고저쩌고….


'간혹 우리 고양이들 중에도 집사와 같은 화장실을 쓰는 천박한 고양이가 있나 보다. 

그렇다고 나를 비루하다 못해 천박하게까지 만들 셈이냐? 

집사야 꿈 깨라! 난 나만의 화장실을 원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