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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과 함께하기/냥이일기

제6화. 발톱!!! 죽어도 못 보내~

날 떠나지 마!!!

파란만장한 하루하루가 이어지고 있다.

화장실이 사라지는 것 정도는 이제 새삼스럽지도 않다.

이불에 응가, 쉬 테러를 한 덕분일까?

처음의 그 화장실은 아니지만 그래도 화장실이 돌아왔다. 딱 보아도 집사 화장실 뚜껑으로 사용하던 것이 바닥에 내려와 있다.

가운데 구멍으로 보아하니 나를 훈련시켜 집사 변기에서 볼일 보는 천박한 고양이를 만들 셈 인 것 같은 데 일단은 여기까지는 내가 양보한다.


발톱 자르기


어차피 난 우아하고 깔끔한 냥이니까 아무 곳에서나 볼일을 볼 순 없으니까….

내가 저기에서 볼일을 보면 집사는 혼자 신나할것이다. 분명 자기 뜻대로 훈련이 되고 있다고 좋아하겠지?

하지만 조금이라도 불결하면 나는 바로 이불에 응징할 것이다. 각오해라 집사야!!!


그럭저럭 밥도 먹고 불편하지만, 볼일도 보고 잠시 숨을 고르고 있었다.

기온은 낮았지만 그래도 따스한 햇볕과 바닥의 훈훈한 열기가 배를 간지럽히는 그런 조용한 오후 시간이다.

윤기 흐르는 내 털들을 한가로이 그루밍하며 혼자만의 시간을 마음껏 즐기는데 아 발이 간질간질하다.

발톱을 정리 안 한 지 오래되었구나. 발톱이 많이 자라 있다. 스크래쳐가 필요한 시점이다.

누가 빈곤 집사 아니랄까 봐 역시나 박스를 잘라서 삐뚤빼뚤한 모양만 스크래쳐같은 그런 것을 바닥에 놔주고는 내 앞에서 저 혼자 열심히 긁는다. 나더러 거기다 긁으라는 모양이다.

스크래쳐 하나 얼마 한다고 어디서 박스 주어가 저러고 있는 건지…. 만들 거면 좀 제대로 만들던지…. 삐뚤빼뚤 간격도 안 맞고 중간중간 툭 툭 튀어나와 있는 것들 때문에 스크래치하다가 발톱 다 빠지게 생겼다.


집사야 너라면 거기다 발톱 정리하고 싶겠니?

계속 이런 식이면 집안의 섬유로 만들어진 모든 것들에 스크래치를 시전해 줄 것이야. 난 한다면 하는 고양이다. 좋은 말로 할 때 스크래쳐 제대로 된 거 하나 상납해라!!!

어쩔 수 없이 발톱을 입으로 정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참 한심스럽다.

그전에 의사 표시를 확실해 해둬야겠지? 창문에 달린 암막 커튼이 두꺼운 게 스파이더냥 놀이하기에도 좋아 보이고 긁기에도 딱인 듯하다. 출동!!! 냅다 달려 점프~ 오 폭~ 폭~ 발톱이 잘도 들어가는 게 매달려 놀기 좋다. 구멍도 뽕~뽕~ 나고, 이제 집사도 알겠지?

그렇게 스파이더냥 놀이에 한참일 때 버튼 키 누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일랑이


'앗 집사 넘이다!!! 내려가서 모른 척해야 하나? 아님 스크래쳐에 대한 나의 간절함을 매달려서 알려야 하나?'


결정하기도 전에 문이 열리고 평소보다 세배는 커진 동공으로 나를 바라보는 집사!!!


"쓰읍~안돼!!! 내려와~"


'쓰읍? 어디서 못된 것만 배워서 집사 주제에 감히 나한테 쓰읍?'


그러나 나는 안다. 집사가 '쓰읍' 할 때는 잠시 눈치를 보는 시늉을 해주어야 한다는 것을…. 그래야 집사가 희망에 차서 나에게 계속 사랑을 바친다는 것을….

왠일인지 집사가 더는 혼을 내지 않는다. 싱글벙글 웃으며 간식장에서 간식을 꺼내 나에게 보여주며 이동장에 넣어둔다.


'이동장?  병원 데리고 가려고?'

이동장 밖에서 손만 뻗어 간식을 집으려 하지만 잘 닿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동장으로 들어갈 순 없다. 간식에 흘려 들어가는 순간 나는 병원에 끌려갈 것이다. 병원은 싫다. 죽어도 못 간다!!!

조금만 조금만 더 하면 간식이 잡힐 것도 같은데…. 아 조금이 모자란다.

갈등이다. 저 간식을 먹고 병원에 잡혀갈 것이냐? 아니면 간식을 포기하고 병원에 안 갈 것이냐….

나쁜 집사넘 왜 나를 이런 시험에 들게 하는 것이냐!!!

그런데 갑자기 뒤에서 집사가 나를 잡아 이동장에 밀어 넣으려 한다. 나는 순간적으로 이동장 입구를 잡았다. 나를 억지로 밀어 넣으려는 집사와의 힘겨루기가 시작되었다. 

일랑이 잠


'이놈 머리로 안되니 힘으로 해보겠다는 거냐?'


죽기 살기로 버텼지만 덩치가 산만 한 집사넘의 힘을 이기기엔 역부족이다. 손끝에 힘이 빠지고 팔이 바들거린다. 결국, 나는 밀려 들어가고 말았다. 그러나 내가 누구인가? 멍청한 집사가 이동장 앞뒤만 잠그고 옆면을 조금 덜 잠근 것이 바로 눈에 들어왔다. 나는 그 틈을 비집고 바로 도망을 쳤다. 옷장 위로 도망가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을 때 울리는 짧은 탄식, 이동장 옆구리를 들여다보며 아쉬워하는 집사, 뭘 해도 하나씩 모자라는 집사다. 그렇게 하루가 저물고 집사는 삐쳤는지 나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에게도 방법이 있지.

모처럼 화장실에서 화장지로 운동이나 좀 해야겠다.

집사 화장실에는 화장지가 돌돌 말려서 걸려있다.

이게 참 좋은 운동기구이다. 발톱으로 탁! 찍어서 바바바박~ 당기면 술술 풀려 내려온다. 지루하지 않은 운동기구이다. 물론 운동 효과도 만점이다. 즐기면서 하는 운동이 최고다!!!

물론 내가 사라지고 나서 집사가 발견하면 나의 삐침 상태를 바로 알게 해주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다.


그렇게 또 아침이 오고, 집사는 어제 그렇게 당하고도 미련을 못 버렸는지 박스를 주섬주섬 열더니


"이동장을 싫어하나 보네. 그럼 박스로 해야지!!! 오늘은 무조건 데리고 가서 발톱 잘라줘야지 "


이 멍청한 집사야~ 다 들려~ 그런 건 생각으로만 해야지 말로 하면 어쩌냐? 내가 집사 말을 못 알아 들을 거라 생각하나 보다. 외국어도 외국에서 살다 보면 어느 날 갑자기 귀가 뚫려!!! 집사 말도 자꾸 듣다 보면 다는 아니더라도 느낌을 알 수 있단 말이다!!!

박스라면 환장을 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상황에서도 내가 미친 듯이 들어갈 거란 착각은 하지 마!!!

그렇지만 어떤 박스인지는 친히 왕림해서 구경은 해주겠다.

박스안에서 풍겨 나오는 간식의 향은 정말이지 향긋하다. 가질 수 없는 게 더 가지고 싶은 걸까? 박스 안쯤이야 우습게 뛰어들어가겠지만 들어가자니 병원이 싫고 안 들어가자니 간식이 너무 간절하다.

수시로 집사가 나를 잡으려 하지만 하악질과 뒷발길 질로 집사를 견제하고 박스 주변만 서성거리다 집사를 향해 나의 필살기를 시전했다.

일랑이 자는모습


"집사야~ 나 간식이 너무 먹고 싶어~"


일단 최대한 눈에 힘을 풀고 크게 뜨며 불쌍한 표정으로 집사를 올려다보며 나지막이 애원하면 무너지지 않는 집사란 없는 법!

그렇다. 나의 필살기 애교는 실패하는 법이 없다.

결국, 그렇게 오늘도 집사와의 전쟁은 나의 승리….

집사는 오늘도 축쳐진 어깨로 고양이 쇼핑몰에서 스크래쳐를 검색한다.


"집사야 이왕 사는 거면 돈 좀 팍팍 써서 좋은걸로다가 사!!"


빈곤 집사의 얇은 주머니가 더 얇아지겠지만 난 우아하게 발톱 정리를 할 스크래쳐를 가지게 되었다.

스크래쳐가 온 날 나에게 자랑스럽게 내보이는 집사 앞에서 집사가 만들어 주었던 삐뚤 빼둘 스크래쳐에 올라앉아 발톱을 박박 긁어 주었다. 물론 딱 한 번만….

허탈해하는 집사의 얼굴을 감상한 뒤로는 새로 온 스크래쳐만 열심히 사용해주고 있다.

  • 저 혼자 열심히 긁는대ㅋㅋㅋㅋㅋㅋㅋㅋㅋ쓰읍할 때 잠시 눈치봐주는 시늉할 줄 아는 센스냥 ㅋㅋㅋㅋ 몰랐네요. 고양이 발톱을 스크래치하면서 짧게 해주나봐요?ㅎㅎ 신기해용!!! 오늘도 ㅋㄷㅋㄷ 하면서 정독했습니다 ㅋㅋㅋ 역시 이번 주도 냥이가 승! 했네여....죄송해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악 ㅋㅋㅋ 어떡해 글이 너무 재밌어서 읽는재미가 있네요/// 냥이님.. 고정하시옵소서 .../// ㅎㅎㅎㅎㅎㅎ 자주자주 방문할게요!

    • 재밌게 읽어 주셨다니 감사해요.^^
      글 솜씨가 없어서 매번 올리고 이불킥 하는데 자주 와주신다면 더욱 열심히 이불킥 할게요.